
우크라이나를 탈출해 광주 광산구 고려인마을에 임시 정착한 청각장애인 박스웨타씨(22)는 두 살 때 청력을 잃었다. 고려인 4세인 그는 우크라이나 리콜라에브 지역에 살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자 지난 3월 광주 고려인마을의 도움으로 전쟁을 피해 조상의 나라로 왔다. 역시 고려인인 할아버지 안알렉산드라씨(69), 할머니 안예프로신야씨(64), 어머니 안엘레나씨(42)도 함께였다.
박씨는 주변과 소통할 때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그랬던 그에게 지난달 큰 변화가 찾아왔다. 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등 짧은 한국어도 곧잘 한다.
박씨의 기적은 광주 고려인마을 주민들에 의해 이뤄졌다. 주민들은 박씨의 사연을 접하고 병원 치료를 도왔다. 한국 병원의 진료를 통해 박씨가 보청기만으로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주민들은 후원금을 모아 그에게 보청기를 선물했다.
소리를 되찾은 박씨는 전쟁의 상처를 이겨내며 몰라보게 밝아졌다. 어머니와 먼저 정착한 다른 고려인의 도움을 받으며 인터뷰를 한 박씨는 “가족들이 저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저와 가족에게 기적을 선물해준 고려인마을과 한국에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씨와 가족들은 광주에서 평온한 일상을 되찾고 있다. 고려인마을에는 중앙아시아 출신 고려인 7000여명이 모여살고 있다. 올해 우크라이나를 탈출해 이곳에 정착한 고려인도 630여명에 달한다.
한국 명절인 추석을 처음 경험한 박씨는 “우크라이나 명절은 조상들에게 예를 갖추고 가족끼리 차분하게 보내는 게 전부였는데, 이렇게 다같이 모여 음식을 나눠 먹고 춤과 노래를 즐긴다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다”며 “저와 가족이 한국에서 받은 따뜻한 사랑을 기억하고 반드시 보답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박씨는 “아직은 많이 낯설고 서툴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