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원 밖에 없다는 말은 알아들어”
지난 8일 오후 4시께 울산 북구청 사거리에서 베낭을 멘 한 외국인이 도로 위에서 태극기를 판매하고 있다. 독자 제공
-지난 8일 오후 4시께 울산 북구청 사거리에서 출발신호를 기다리던 김모(40대·여)씨는 배낭을 멘 백인 남성이 태극기와 ‘청각장애인인데 여행비에 도움 달라’는 내용의 쪽지를 건네길래 안타까운 마음에 5천원을 건넸다. 김씨는 짧은 찰나 얼떨결에 지갑은 열었지만 귀가 후 한국말까지 다 알아듣던 그 외국인 표정이 생각나 속았다는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최근 울산에서도 구걸하며 여행하는 외국인 ‘베그패커(beg packer)’가 자주 목격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2018년 등장한 신조어인 ‘베그패커’는 ‘구걸하다(beg)’와 ‘배낭여행객(backpacker)’의 합성어로 당시 백인계열 외국인들이 서울과 대구, 부산 등 유동인구가 많은 관광지에서 ‘여행경비가 떨어졌다’며 물건을 팔거나 구걸 행위를 벌여 논란이 된 바 있다. 관광객에게 호의적인 한국 사람들의 심리와 동양인들이 잘 거절하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해 강매에 가까운 판매에 나섰던 것이다.
울산에도 2019년께부터 목격담이 등장하더니, 최근 들어 다시 속속 올라오고 있다. 13일 울산지역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태극기 파는 외국인 조심!’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외국인이 판매하는 태극기.
글쓴이는 “11일 북구 진장동 한 도로 위에서 외국인이 군밤 장수 아저씨처럼 갑자기 창문을 두드리고 태극기를 나눠준 후 돈 받아 간다”며 “청각장애인이라며 동정심을 유발해 쉽게 구걸하는 ‘앵벌이 외국인’을 조심하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 메모지에는 “홀로 한국을 여행 중인 청각장애인입니다. 제 깃발을 5천원에 구입해 주세요. 그리고 당신의 문화에 대해 알려주세요. 여행비용에 도움을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쓰여 있다.
특히 이들이 판매한 태극기는 행사용 소형 태극기 깃발로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개당 500~600원에 판매되고 있는 저가형 태극기다.
이 같은 경험담은 남구 두왕사거리와 무거동 삼호교남교차로, 북구 진장동 일대에서도 쏟아지고 있다.
한 남구 주민은 “청각장애인이면서 2천원밖에 없다니 그거라도 달라면서 알아듣더라”며 “앞차 대부분 돈을 주는 거 보니 내가 안주면 한국 이미지 안 좋아질 것 같은 죄책감 이용한 앵벌이. 사람 마음을 이용당한 기분이라 소액이라도 너무 기분 나쁘다”고 말했다.
경찰은 베그패커의 이 같은 행위는 엄연한 불법행위이자 단속대상이라고 경고했다.
울산경찰청 관계자는 “공공장소에서 물건을 판매하며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강매, 호객행위는 경범죄에 해당 돼 벌금 8만원 처분이 내려진다”면서 “신원 확인이 되지 않으면 적격심사에 넘겨질 것”이라고 말했
출처 : 울산제일일보(http://www.ujeil.com)